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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령의 대통령과 2024년 대선

몇 살이 되면 대통령직 수행이 어려울까?     80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가 본인은 물론 민주당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가 고된 대선 캠페인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그리고 재선에 성공하면 86세 퇴임 때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전임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도 취임 3년 차에는 인기가 없었다. 오바마는 9.1%라는 높은 실업률과 오바마케어에 대한 비판으로 지지율이 떨어졌고, 트럼프는 처음부터 지지율이 높지 않았다.     바이든의 경우에는 물가 상승과 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현재 인플레이션은 하락세고 불경기 걱정도 피한 듯 보인다. 외교에서도 유럽, 아시아,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바이든은 온화하고 안정적인 인물이지만 가끔 말을 더듬는 등 실수를 해 ‘실수 기계(gaffe machine)’로 불린다. 부통령 시절에는 백악관 잔디밭에서 인턴들과 풋볼을 즐겼다지만, 지금은 걸음걸이도 뻣뻣한 느낌을 주곤 한다. 기자들 질문에 대한 답변에 시간이 걸리고 공식 석상에서 졸기도 한다.     바이든은 77세인 트럼프에 비해 에너지와 활력 면에서 크게 뒤진다. 하지만 트럼프는 주장이 일관되지 않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취임 당시 바이든은 제2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될 것을 예고했지만 현재는 빌 클린턴의 중도의 길을 표방한다. 그의 장점은 결정적인 순간에 예리하고 현명하며, 수십 년의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과 위험과 맞서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국가부채한도 협상을 진행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바이든의 예리함과 기억력에 놀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외교 무대에서 그의 통솔력과 강단이 돋보인다. 반면 느리고, 청력은 약하며 가끔 건망증 증세를 보이고 잘 넘어진다.     바이든은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불황 우려도 낮췄다. 세계 지도자로서 국내외 정치적 균형을 잡았다. 인프라법,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과시켜 미국 제조업의 재건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또한 인종증오 범죄, 총기, 기후변화, 경제적 불평등 문제 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대부분의 민주당 리더들은 바이든을 적극 지지하지만, 많은 공화당 리더들은 극우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을 우려한다. 즉, 트럼프가 중도파와 독립적 성향의 유권자에게는 인기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많은 민주당 유권자들은 바이든이 단임 대통령으로 남아 주기를 희망하고, 대다수의 공화당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승리를 믿는다.   최근 76세의 유타 주 연방상원의원 미트 롬니가 은퇴를 선언했다.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과 공화당 내 극우 하원의원들로 인해 정상적인 의회 운영이 어렵다는 것 등을 이유로 밝혔다.     그의 퇴임은 한 시대의 끝이며 당파성으로 정치적 환경이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20여 명의 하원 공화당 프리덤 코커스 소속 극우 의원들은 합의라는 의회 전통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서는 의회 기능 마비도 불사한다. 이들 때문에 연방정부는 지난 6월 채무 불이행 위기를 겪었고, 현재는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에 직면했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은 미국 정치의 퇴보다. 그럼에도 내년 11월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두 사람 중 한 명을 택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최선의 후보가 없는 경우에는 정치적 이상과 가치관을 고려해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방법이다. 민주 정치 혹은 보복 정치, 미국의 정신 유지 혹은 번복, 인종적 관용 혹은 혐오, 지구 건강 회복 혹은 심화 등이 그 선택에 달려있다.     정 레지나기고 대통령 고령 대통령직 수행 전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2023-09-26

문前대통령-바이든 만남 불발…방한 전날 통보받아(종합)

고침내용 : [회동 무산 최종통보 등 내용 보완.]문前대통령-바이든 만남 불발…방한 전날 통보받아(종합) 文측 "일정 문제로 보여…바이든엔 감사한 마음" "일정 성급하게 공개" "체면 구긴것" 일각서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번 주 방한을 계기로 추진돼 왔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이 불발됐다.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바이든 대통령 측으로부터 회동이 어렵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이었던 지난달 28일 당시 청와대는 백악관의 요청으로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 측에서 퇴임 대통령이지만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함에 따라 회동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양측은 일정을 계속해 조율해 왔으나 '메인 이벤트'인 한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 일정도 최종 확정되지 못한 채 논의가 유보돼 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 측은 오늘 회담 무산 소식을 통보하면서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어 보이며, 우리도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바이든 대통령의 빡빡한 국내 일정 때문에 문 전 대통령과 만남이 취소된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대북특사설'에 대해서는 이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의 특사를 한국 전임 대통령이 한다는 게 말이 안되지 않나"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아주 적은 인원이 모여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는 자리로 추진됐던 것으로 안다. 특별한 의제를 다루는 자리를 생각한 게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회동을 하지 않게 됐지만 전임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요청해 준 바이든 대통령의 마음에 대해서는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보자고 연락이 온 건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문 전 대통령은 가만히 계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회동을 제안한 것도 취소한 것도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라는 게 윤 의원의 설명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최종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일정을 공개했다가 결과적으로 회동이 무산되며 모양새가 좋지 않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급한 일정 공개로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퇴임 후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공언했던 문 전 대통령의 생각과도 결이 다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hys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문전대통령 불발 전임 대통령 대통령 측은 한미정상회담 일정

2022-05-19

다시 대한민국!

 다시 대한민국!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미국에서 2월 셋째 주 월요일은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전쟁의 영웅인 조지 워싱턴을 기리는 의미에서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로 지키다가 1970년대 미 의회가 아브라함 링컨 등 전임 대통령을 모두 추모하는 의미에서 공식명칭을 President's Day에서 Presidents' Day로 변경해 불러오고 있다. 시에나 대학은 1982년부터 대통령 전문학자 230여 명이 대통령 개인의 배경과 지도력, 국정 능력 등 20가지 요건을 바탕으로 평가해 미국을 빛낸 위대한 대통령을 발표해 오고 있다. 그 결과를 보면 아브라함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조지 워싱턴 등 3명이 늘 상위를 차지한다. 이들이 미국 최고의 대통령으로 존경받는 이유는 모두 독립전쟁, 남북전쟁, 경제 대공황, 2차 세계대전 등 난세에 위기로부터 나라를 건진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링컨은 ‘원칙의 리더십’으로 추앙을 받는다. 그는 노예해방과 연방 유지라는 두 가지 큰 업적을 남겼다. 처음엔 불가능해 보였던 정책들을 관철해 낸 것은 무엇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자세와 리더십 덕분이었다. 어찌 보면 링컨의 리더십은 단순했다. 최고 지도자가 된 그는 학연, 지연, 혈연에 전혀 좌우되지 않았다. 그 덕에 최고의 드림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링컨은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싸웠던 윌리엄 시워드 뉴욕주 상원의원을 삼고초려 끝에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다. 시워드는 링컨을 사사건건 무시했던 인물이었다. 또 자신을 ‘기린과 원숭이 같은 존재’라고 비난했던 선배 변호사 에드윈 스텐턴을 전쟁장관으로, 자신의 권위에 늘 도전했던 새먼 체이스 오하이오 주지사를 재무장관으로 각각 임명했다. 이에 대해 참모들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극력 반대했다. 그러나 링컨은 “이런 바보 짓은 수천 번이라도 할 수 있다”며 일축했다.     루스벨트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많은 이가 그가 대공황을 극복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사실을 찬양한다. 하지만 이런 업적들은 그의 소통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루스벨트의 경우 대공황이란 초유의 위기에다 야당인 공화당이 의회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게다가 언론도 적대적이었다. 루스벨트는 그럼에도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초유의 경제위기에서 국가를 구해 내기 위해 독특한 소통의 방식을 개발했다. 제대로 걷지 못했던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노동현장을 찾곤 했다. 그는 재임 기간에 1000번 이상 기자회견을 했다. 매주 두 번꼴이었다. 기자회견에 임하는 자세도 특이했다. 그는 절대 사전 답변서를 준비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기자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답하는 살아 있는 소통이 이뤄지도록 배려했다. 주요 사안이 있을 때면 라디오방송을 통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했다. 난롯가에서 친구들에게 얘기하듯 친근하게 설명한다는 의미의 ‘노변정담(爐邊情談)’이란 용어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워싱턴의 통치 스타일은 ‘합리적이고 절제된 리더십’으로 압축할 수 있다. 워싱턴은 초대 대통령으로서 신생국가의 초석을 바로 놓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직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 때문에 워싱턴은 이따금 곤경에 빠지곤 했다. 그럼에도 정직함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는 원칙 덕택에 초기에 형편없이 불리했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워싱턴은 자신의 퇴임 연설에서 “정직이야말로 최선의 정책이라는 말은 개인 생활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공공분야에도 들어맞는 격언”이라고 역설했다. 두 번의 임기 후에는 ‘내가 할 일은 다했다’며 종신 대통령으로 남아 달라는 국민의 요청을 뿌리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농장을 경영했다. 미국의 역대 최고 대통령이 발휘한 원칙·소통·정직의 리더십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훌륭한 리더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임에 틀림없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의 슬로건은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였다.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그의 앞에 놓인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172석의 거대 민주당이 가로막고 있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훼방을 놓는다. 역대 어느 정부도 겪은 바 없는 적대적 환경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법치주의를 희롱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독재 앞에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무력하기만 하다. 대선에서 분패한 민주당은 공격적 비토크라시(Vetocracy·상대 정파의 모든 정책을 거부하는 극단적 파당 정치)로 무장해 정권 탈환을 노린다. 출범도 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를 연일 공격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는 새 정부 앞길의 어두운 그림자다. 그들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잊힌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그의 행동은 정반대다. 상대 정파를 악의 세력으로 규정해 적대시하고 자신을 정의와 무오류의 화신으로 자화자찬하는 유사  파시스트적 행태를 임기 마지막까지 반복했다. 5년 내내 적과 동지의 이분법과 미증유의 무능으로 민생을 파탄 낸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도 맹목적 정치 팬덤을 누리는 현실은 한국 민주주의의 타락을 증언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의 정당이 다른 상태가 분점정부(分占政府)다. 게다가 윤 정부는 절반을 훌쩍 넘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차기 총선까지 2년간 더 견뎌야만 하는 열악한 처지다. 결과는 초박빙이었지만 20대 대선 민심에선 정권 교체 여론이 정권 유지 여론을 줄곧 압도했다. 민주당 집권 연장을 거부한 민심이 윤 정부에 바란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문재인 정부의 대중 독재로 궤도 이탈한 대한민국을 제 자리에 돌려놓으라는 요구다. 문 정부는 촛불 정부를 자임하며 민주주의를 부르짖었지만 민주 제도를 악용해 민주주의를 해체하는 것이 현대 독재자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법의 지배’는 권력자가 법을 통치 수단으로 악용하는 ‘법에 의한 지배’를 거부한다. 검수완박 법안은 힘센 자들이 결탁해 ‘법에 의한 지배’를 노린 반민주적 악법의 결정판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선 21세기 공화 혁명의 시대정신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으로 승화되어야만 한다. 공화 혁명의 지상 명제인 협치와 공존은 이념·세대·지역·진영·성별로 쪼개진 한국 사회를 치유할 처방전이다. 그러나 협치와 공존을 내세워 민주주의 파괴 범죄에 눈감아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 오늘의 시대정신이 거악을 벤 검객 출신 정치 신인을 대통령으로 불러 올렸다. 공화정의 적을 혁파하라는 준엄한 시대의 부름에 윤 대통령이 침묵한다면 역사의 소명을 배반하는 것이다. 아무리 거대 민주당이 가로막더라도 ‘도둑’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망가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이다. 그의 뒤에는 많은 지지자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가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김지민 기자대한민국 대통령 전문학자 전임 대통령 대통령 개인

2022-05-11

[칼럼 20/20] 퇴임 후를 생각하는 대통령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한국 정치사에 또 한 명의 대통령을 추가했다. 현재는 당선인 신분이지만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 전임 대통령도 한 명 더 갖게 된다. 취임도 안 한 당선인을 놓고 퇴임 후를 말하기기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재임 중 통치 못지않게 퇴임 후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는 대통령으로 남는 것도 중요하다. 전임 대통령의 퇴임 후 위상은 재임 중 업적으로 결정되기에 그때를 생각하며 현재의 경계로 삼아야 한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초심은 과거를 생각하는 것이지만 퇴임 후는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떠날 때 박수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는 현재 대통령의 위치에서 바른 정치를 하려는 의지와 연결된다.     전임 대통령은 국가를 통치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명예로운 자리다. 국가 장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에 대한 어렵고 고독한 결정이 현직 대통령에게는 있지만 전임 대통령에게는 없다. 전직의 명예는 남지만 현직의 책임은 없는 자유로운 위치가 바로 전임 대통령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퇴임 후 더 존경 받는 대통령이 많다. 대표적인 대통령이 지미 카터다. 퇴임 후 비영리재단을 설립해 주택 지원 사업과 빈곤층 질병 퇴치 운동, 국제 분쟁 해결 등에 나서면서 전임 대통령 역할의 전범을 보였다. 카터는 인터뷰에서 “현직 대통령에 있었다면 이런 활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퇴임 후 개인 자격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대공황 시절 대통령직을 역임한 허버트 후버도 퇴임 후 해외 식량 원조 사업에 헌신해, 세계 기아 문제 해결에 일조했다.     한국도 대통령 제도 시행이 70년에 가까워지면서 여러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현직을 떠난 후 존경 받는 대통령은 드물다. 청와대를 나와 국민의 품으로 돌아 갔을 때 사회 각 분야에서 기여한 대통령을 찾기 어렵다. 국가를 운영했던 경륜은 임기 종료와 함께 사장되고 만다.     현직 대통령의 리더십 원천은 권위에 대한 복종에서 나오지만 퇴임 후 리더십은 국민의 자발적인 존경에서 비롯된다. 복종을 강제하는 것보다 동참을 이끄는 리더십이 더 가치있다. 그런 지도력을 전임 대통령에게서 볼 수 있기를 국민은 기대해 왔다.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을 연구했던 작가 존 업다이크는 “현직 미국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라는 행복한 위치로 가는 길에 잠시 머무는 정류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으로 국가에 헌신하는 기간은 길어야 8년이지만 전임 대통령으로 활동할 기간은 무한하다.     제20대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흔치 않는 티켓을 들고 정류장에 서 있다. 그 티켓으로 전임 대통령이라는 ‘행복한 직업’을 가질 기회가 주어졌지만 자격이 부여된 것은 아니다. 자격은 5년간 현직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았을 때 생긴다.     대통령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리처드 뉴스타트는 저서 ‘대통령의 권력’에서 대통령은 무한대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자 역할을 하고, 국민의 신망을 얻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사랑 받는 대통령이 되려면 적합한 인재를 등용하고,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며, 국정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대통령 당선인이 화합과 협력의 통치로 한국 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바란다. 퇴임 후에도 여전히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전임 대통령의 전례를 만들기 기대한다. 현직의 권력은 유한하지만 퇴임 후 국민의 사랑은 오래 남는다. 김완신 / 논설실장칼럼 20/20 대통령 퇴임 현직 대통령 전임 대통령 대통령 당선인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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